일식 요리 전문점의 정문 앞에는 흔히 보란 듯 설치된 대형 수조가 있다. 내부가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조 안에서는 광어, 도미, 오징어 등 수많은 물고기들이 그물망에 선택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아마도 음식점 주인은바깥의 고객들을 향해 “저희 음식점에서는 이렇게 신선한 물고기를 바로 잡아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애용해주세요”라는 말을 수조 속에서 헤엄치는물고기들을 보여줌으로써 대신 전하고 싶을 것이다. 문득 머리 속에 한가지궁금증이 떠오른다. 막 떠낸 생선살이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신선하다’는 이유가 전부일까.
생선 잡은 후 바로 먹어야 쫄깃쫄깃
물고기는 죽은 후 빠르면 10분 전후에 근육이 굳어지는 ‘사후경직’ 현상이일어나는데, 생선살은 사후경직 상태에 먹는 것이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사후경직상태에서는 씹는 촉감과 쫄깃함을 강화시켜주는 육질의 탄력 상태가 최상이 되기때문이다. 따라서 생선회 용도로 쓸 생선은 잡은 후 즉시 회로 떠야 가장 신선하고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사후경직 상태의 물고기는 꼬리가 옆으로약간 올라간다.
하지만 모든 생선이 잡은 직후 바로 먹어야 맛있는 것은 아니다. 다랑어나 방어등은 사후경직 시기를 지나 죽은 생선의 조직 구성물질이 효소의 작용으로 분해되는‘자가분해’ 단계를 거쳐야 생선 고유의 맛이 더욱 좋아진다. 분해 과정에서 맛을내는 성분인 히스티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가분해 현상을 식품 분야에서는‘자기소화’라고도 한다. 자기소화가 일어나는 속도는 생선의 종류,수소이온농도(pH), 온도, 염류 등에 영향을 받는다.
닭고기나 쇠고기를 잡은 직후 바로 먹지 않는 이유도 이와 관련돼 있다. 짐승이나조류의 근육처럼 조직의 결합이 강할 경우 사후경직 시기에는 질기고 단단하며 스며나오는 액즙이 너무 많아 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후경직 시기가 지나 자기소화가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좋은 맛과 향기를 낸다. 자기소화를 거쳐 맛과 향이 좋은고기가 되는 것을 ‘숙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후 일정 기간이 지나 숙성된고기를 먹는 이유다.
보통 어류의 숙성 기간은 0.5-2일, 돼지고기는 3-6일, 쇠고기는 7-10일이다.어류는자기소화가 빨리 진행되므로 세균의 침입으로 부패되기 쉽고, 생선 특유의비린내가발생한다. 부패가 진행되는 생선을 먹으면 식중독을 겪거나 알레르기현상이생기는데, 맛을 내는 성분인 히스티딘이 분해되면서 히스타민이라는 유독물질이발생해 신진 대사 기능에 이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생선의 맛을 내는 또다른 성분인 산화트리메틸아민이 분해되면트리메틸아민이생기는데, 이것이 생선의 비린내를 유발한다. 우리는 흔히 이런생선의 비린내를없앤다는 명목으로 생선회를 먹기 전 식초나 레몬즙을 뿌린다.염기인 아민과 산성분을 반응시켜 비린내를 없앤다는 개념이다. 생선 요리에사용했던 칼과 도마등을 식초나 레몬 껍질로 닦아내면 비린내를 쉽게 없앨 수 있는것도 이런화학반응을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소화 단계까지 가지 않은 생선회는 일반적으로 비린내가 나지않는다.레몬즙은 신선도가 크게 떨어지는 생선회를 먹을 경우 비린내를 제거하는효과가있을 뿐, 오히려 회의 독특한 향과 맛을 저해한다. 따라서 신선한 생선회를먹을때는 레몬즙을 뿌리지 않고 먹는 것이 생선 고유의 맛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있는비결이다.
생선회도 먹는 순서가 있다. 생선회의 맛과 향을 높이기 위해서는 흰살 생선을먼저먹고 붉은살 생선을 나중에 먹는 것이 좋다. 광어나 도미 등 흰살생선은담백하면서 육질이 쫀득쫀득한 반면, 꽁치, 고등어, 연어, 참치 등 붉은살생선은기름기가 많고 생선 특유의 독특한 향과 비린 맛이 강하다.
따라서 흰살 생선회보다 붉은살 생선회를 먼저 먹을 경우 입 속이 기름지고비린향이 풍기므로 흰살 생선회가 간직한 고유의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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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 용도로 쓸 생선은 잡은 후 즉시 회로 떠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씹는촉감과쫄깃함을 강화시키는 육질의 탄력 상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신선한생선회를 먹을땐 레몬즙을 뿌리지 않고 먹는 것이 생선 고유의 맛을 즐기는비결이다
[올바른 생선회 먹는 상식]
①생선회를 상추, 깻잎에 된장과 마늘 등을 함께 싸서 먹으면 안된다
사람들은 상추나 깻잎 등의 야채에 생선회 몇 점을 올려 놓고 양념된장과 마늘, 고추를 넣고 싼 뒤 한 입에 넣고 씹어 먹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의 음식문화 중 하나인 `쌈문화`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생선은 육류와 마찬가지로 산성식품이므로 알칼리성인 야채와 같이 먹는 것은 좋지만 자극성이 강한 마늘, 된장과 같이 먹으면 혀의 미각을 둔감하게 만들어 회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 생선회 따로, 야채 따로 먹는 방법이 좋다.
②생선회에도 먹는 순서가 있다
미식가들이 생선회를 먹는 모습을 보면 한 쟁반에 담긴 여러 종류의 생선회를 일정한 순서로 먹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흰살 생선회를 붉은살 생선회보다 먼저 먹고 생선회를 한 점 먹은 다음에는 생강을 씹어서 그 맛을 깨끗이 씻어낸 후에 다음 생선회를 먹는다. 이는 생선회의 종류에 따른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다.
③생선회 종류별로 맞는 양념장이 있다
생선회를 찍어 먹는 양념장에는 고추냉이(와사비)를 간장에 푼 것과 초장, 된장 등이 일반적이며 기호에 따라서 선택하도록 횟집에서 모두 내놓고 있다.
생선회는 종류에 따라서 고유의 향기와 맛이 있으므로 생선회 고유의 맛과 향기를 최상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고추냉이 소스에 약간 찍어서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굴과 우렁쉥이, 오징어 등과 같은 패류 및 연체류는 초장에, 지방질 함량이 많은 전어 등은 된장에 찍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④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생선회를 먹으면 안된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비가 오거나 흐린날은 생선횟집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는 현상을 보인다. 이런 날에는 생선회를 먹으면 안된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이다.
이런 날은 습도가 높기 때문에 맑은 날보다 식중독균의 증식이 빠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선횟집은 전부 옥내이고 위생적으로 취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선을 직접 잡아서 조리하므로 식중독에 걸리고 맛이 떨어지는 일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이런 날에는 손님이 적으므로 더 대접을 잘 받으며 회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노리자.
⑤생선회에 레몬즙을 뿌리지 말라
횟집에서 생선회를 담은 쟁반에 레몬 조각을 얹어 내놓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비린내를 없앤다는 생각에 즙을 짜서 회에다 뿌린다.
그러나 생선회는 살아 있는 활어를 바로 조리하므로 비린내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선회의 독특한 맛을 레몬즙이 막아 버리므로 제 맛을 느낄 수 없도록 하는 잘못된 방법이다.
생선요리에 레몬즙을 뿌리는 것은 생선의 선도가 떨어지면 알칼리성인 암모니아 등 좋지 못한 냄새 성분이 나오므로 산성인 레몬즙으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선도가 떨어진 생선으로 만드는 요리에는 레몬즙을 뿌릴 필요가 있지만, 선도가 최상인 생선회에는 뿌릴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 레몬즙 맛을 선호한다면 양념장에 짜서 먹으면 된다.
⑥자연산을 고집하지 말라
자연산과 양식 생선의 회맛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10명 중 1명도 안된다. 횟집에서 자연산의 값은 양식 생선의 3∼4배에 이르며 일부 어종은 부르는 게 값이다.
운동량이 적은 흰살의 고급 생선횟감인 넙치(광어)와 우럭, 돔 등은 자연산과 양식산의 구별이 더 어렵다. 자연산은 활동범위가 넓고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양식산보다 육질의 단단함이 약 10% 정도 높지만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은 10명 중 1명 이하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양식산이 자연산보다 약간 높다. 양식산 생선회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양식산 활어에 투여된 항생제의 잔류문제에 대한 걱정인데 양식장에서 출하하기 15∼20일 전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연구결과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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